1-1 시작하다
점과 선 시즌 1의 시작은 '시작'을 주제로 한다. 바흐가 바이올린 독주를 위해 첫 번째로 쓴 작품과 베토벤이 바이올린 소나타로 쓴 첫 번째 작품이 그 주인공이다. 베토벤의 콘체르트자츠(바이올린 협주곡 C장조 WoO 5)가 함께 연주된다. 이 곡은 단악장의 미완성 곡으로 바이올린 협주곡의 습작을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해 편곡한 것이다. 기악 작품의 연대기에 남긴 바흐와 베토벤의 위대한 업적을 기려 이들을 각각 '구약성서', '신약성서'라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1번 G단조는 바이올린 구약성서의 첫 책이고 베토벤 소나타 2번은 바이올린 신약성서의 첫 책이다. 첫 책들로 시작하는 첫날이다.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1685-1750):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1번 G단조, BWV 1001
I. Adagio 느리게
II. Fuga (Allegro) 푸가 (빠르게)
III. Siciliana 시칠리아나
IV. Presto 매우 빠르게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6개의 소나타와 파르티타 BWV1001-1006 작품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바흐가 쾨텐 궁정에서 악장으로 활동하며 걸작을 쏟아내던 시기에 완성됐다. 이 작품집의 초고에는 '파르티타'가 그 당시 독일어권에서 통용되던 '파르티아 Partia'라고 표기되었으나 1879년 바흐 협회의 결정에 따라 이탈리아어인 '파르티타 Partita'로 변경되었다. 작품집에는 3개의 소나타와 3개의 파르티타가 있다. 소나타는 17세기 작곡 양식인 '소나타 다 치에사 Sonata da chiesa(교회 소나타)'를 따라 4악장 구성이고 파르티타는 다양한 춤곡 양식의 악장들로 구성되었다.
작품이 완성된 것은 1720년이나 출판된 것은 1802년에 이르러서다. 출판 후에도 한동안 알려지지 않다가 1800년대 후반의 명 바이올리니스트인 요제프 요아힘이 무대에 올리면서 널리 알려졌다.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1800년대 중후반의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인 요제프 요아힘이 연주하면서부터이다. 현재는 바이올린의 필수 레퍼토리로 자리잡고 있다.
교회 소나타는 느린 서주, 빠른 푸가, 색채감 있는 느린 악장에 이어 빠른 마지막 악장의 얼개이다. 12개의 소나타로 구성된 아르칸젤로 코렐리의 작품 두 개가 대표적이다. 모두 느리게-빠르게-느리게-빠르게의 악장 구성이다. 1700년대 중반에 이르러 유행에 뒤쳐진 양식으로 간주된다. 하이든이 라르고-알레그로-미뉴에트-알레그로 악장 구성을 초기 교향곡 몇 곡에 씀으로써 그 자취가 이어졌다.
바흐는 이 작품집을 통해 바이올린의 기교를 고도화하고 혁신했으며 독주악기로서의 바이올린의 위상을 정립했다. 후대의 작곡가들, 특히 외젠 이자이와 벨라 바르톡의 경우 이 작품집을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작품의 원형으로 받아들이고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 이 작품집이 다른 바이올린 작품과 확연히 차별화되는 음악적 특징은 선율 악기인 바이올린에서 건반악기와 같은 입체적 음향을 발굴해내려 했다는 점이다. 바흐 당시 다성적 효과를 위한 바이올린 작법이 시도되었으나 오늘까지 남은 것은 바흐의 작품 뿐이다. 4개의 현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바이올린에서 다성부 음향을 만들어낸 것은 그의 뛰어난 음악적 상상력의 소산이다. 이로써 바이올린은 단선율악기의 한계를 넘어서게 되었다.
장중하고 경건한 1악장 '아다지오'는 2악장 '푸가'의 전주곡과 같은 역할을 한다. 2악장 '푸가'는 간결한 주제를 바탕으로 논리적이며 지적인 전개를 펼친다. 이 '푸가'는 후에 오르간과 류트를 위한 푸가 작품으로 개작되었는데 바이올린을 위한 곡 보다는 두 마디가 더 길다. 느리고 우아한 시칠리아 지방 춤곡풍의 3악장 '시칠리아나'에 이어 가볍고 열정적인 마지막 '프레스토' 악장으로 끝난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 바이올린 소나타 2번 A장조, Op.12-2
I. Allegro vivace (A장조) 매우 빠르고 생기 있게
II. Andate, piuttosto allegretto (A단조) 보통 빠르기로, 좀 더 정확하게는 알레그로보다 조금 느리게
III. Allegro piacevole 빠르고 쾌활하게
세 개의 바이올린 소나타가 들어있는 작품번호 12번의 두 번째 작품이지만 작곡 순서로는 가장 앞선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한 구성에 기교적인 면은 조금 덜 부각되지만 유연하고 익살스런 매력으로 가득찬 작품이다. 6/8박자인 1악장은 왈츠와 유사한 느낌으로 시작한다. 바이올린이 반주를 제공하고 피아노가 선율을 만든다.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중의 "나는 이 거리의 만물박사"에서 파생된 제 2주제가 나타나고 화려한 변조가 이어진 후 주제로 되돌아가 끝난다. 2/4박자의 2악장은 진지하고 우울한 분위기이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밀접한 대화를 주고받는다. 마지막 악장은 3/4박자의 론도(주제가 삽입부를 사이에 두고 반복하여 나타나는 형식)로서 장난기 다분한, 반복되는 주제가 펼쳐진다. 피아노로 끝이 나는 듯 하다가 바이올린이 마지막 한 마디를 더하겠다는 듯 음표를 추가하는 것으로 끝난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C장조, WoO 5
베토벤이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해 쓴 작품은 총 네 개이다. 작품번호 61의 바이올린 협주곡, 로망스 1번과 2번 그리고 1악장 도중에 미완성으로 끝난 이 작품이다. 한글 표기로는 '바이올린 협주곡'이라 하나 독일어는 Konzertsatz로서 협주 악장이란 뜻을 갖고 있다. 베토벤이 바이올린 연주법을 배우고 본의 궁정 관현악단에서 바이올린과 비올라 주자로 활동한 이후인 1790년에서 1792년 사이에 쓰여졌다. 바이올린 협주곡에 대한 습작으로 여김이 타당하다. 협주곡으로서는 불완전한 작품이지만 바이올린 독주부의 화려한 기교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베토벤의 필적으로는 259마디의 조각만이 전한다. 여러 차례, 여러 사람이 상상력을 발휘해 뒷부분을 '완성'했다. 피아노와 함께하는 편곡은 빌프리트 피셔의 편집으로 완성되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