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봄은 즐겁다?
오늘은 봄의 정서를 노래한다. 바이올린과 건반을 위한 바흐의 소나타 2번은 3악장을 제외하고는 내내 경쾌하다. '봄'이란 표제가 붙은 베토벤의 소나타 5번은 말할 나위 없이 밝고 풍부한 감정을 전달한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작품 중 유일한 단조인 21번 소나타가 가운데에 위치한다. 봄이라고 내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약동하는 생명의 기운 속에 가슴 저미듯 다가오는 슬픔도 있는 법이다. 새로운 삶을 즐기는 와중에 한때 함께 살았던 존재에 대한 추억이 불현듯 솟아난다. 봄은 여러 가지 색깔로, 많은 선을 그리며 다가온다.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1685-1750): 바이올린 소나타 2번 A장조, BWV 1015
I. [Andante] 템포 지정은 없으나 느린 걸음걸이의 빠르기로
II. Allegro 빠르게
III. Andante un poco 보통 걸음걸이의 빠르기로
IV. Presto 매우 빠르게
바흐가 쾨텐에서 활동할 때 쓰여졌다.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썼던 때와 비슷한 시기이다. 소나타 2번을 비롯해 총 6개의 바이올린과 하프시코드를 위한 소나타가 하나의 작품집으로 발표되었다. 밝고 즐겁고 빛나는 느낌을 가진 2번이 가장 널리 연주된다.
바이올린의 우아한 행보로 1악장이 시작한다. 건반이 그 발걸음을 뒤따른다. 2악장은 빠르고 빛나는 악장으로 건반이 저음을 연주하는 가운데 바이올린이 생기 있게 노래한다.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어 쓸쓸하고 심각한 느낌을 전하는 3악장은 참으로 아름답다. 악장 전체를 통해 건반이 16분 음표의 분산화음을 펼치고 그 위에 아름다운 캐논이 진행된다. 4악장 프레스토는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푸가의 2부 형식으로 작곡되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 바이올린 소나타 21번 E 단조, K.304
I. Allegro 빠르게
II. Tempo di Menuetto 미뉴에트 풍의 빠르기로
1777년,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성화에 파리로 일자리를 찾으러 갔다. 한때 환호를 보냈던 파리의 청중은 더 이상 관심을 보내지 않았다. 궁핍함과 객지 생활의 고단함 속에 어머니 안나 마리아가 세상을 떠난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 아버지에 대한 원망, 좋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22살 청년은 이 21번 바이올린 소나타를 쓴다.
바이올린 소나타라 부를 수 있는 모차르트의 작품이 몇 개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관점에 따라 그 수는 26개에서 42개 까지에 이른다. 쾨헬 번호 6에서 15까지의 작품은 바이올린 반주가 있어도 되는 하프시코드 소나타라고 적혀있다. 바이올린과 함께 연주해도 되고 없어도 된다는 뜻이다. 심지어 10-15번은 플루트와 함께 연주해도 된다고 쓰여있다. 쾨헬 번호 26에서 31까지의 작품엔 '바이올린 반주에 의한 여섯 개의 하프시코드 소나타'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더 이상 바이올린을 옵션으로 상정하지는 않지만 보조적인 역할임은 여전하다.
신성로마제국의 선제후 選帝侯인 팔라틴의 부인 마리아 엘리자베스에게 헌정된 '팔라틴 소나타'집의 6곡이 바이올린 소나타라 불릴 수 있는 첫 작품들이다. 26개건 42개건 간에 바이올린과 건반을 위해 쓴 곡 중에서 유일한 단조의 곡이 21번 소나타다. 같은 시기에 쓰인 피아노 소나타 8번처럼 고독과 슬픔의 감정이 담겨있다. 바이올린과 건반이 대등한 위치에서 주고받는 대화를 듣노라면 회한의 기억과 위로가 교차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 바이올린 소나타 5번 F 장조, Op.24 "봄"
I. Allegro 빠르게
II. Adagio molto espressivo 느리고 매우 풍부한 느낌으로
III. Scherzo: Allegro molto 스케르초: 매우 빠르게
IV. Rondo: Allegro ma non troppo 론도: 빠르게, 하지만 너무 빠르지 않게
이 곡은 4번 소나타와 비슷한 시기에 작곡되었다. 처음엔 하나의 작품 번호로 출판됐는데 서로 상반된 느낌이라 1년 후, 4번은 Op.23으로, 5번은 Op.24로 수정돼 재출판됐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가장 밝고 아름다운 곡이다. 1악장의 화사한 느낌을 따라 '봄'이란 부제가 붙었다. 경제적 안정을 얻은 대신 청력 이상으로 고생하던 시기의 작품이다.
1악장 초입의 바이올린의 하강 음형은 바로크 시대부터 하나의 기법으로 정착된 것으로 '희망의 동기'라고도 불린다. 베토벤은 다른 여러 작품에서도 이 동기를 사용한다. 2악장은 피아노가 먼저 주선율을 연주하고 바이올린이 이어받아 자유로운 변주곡 형식으로 전개된다. 낭만적 아름다움이 충만하다. 3악장은 2악장과 4악장 사이의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음계의 빠른 상승과 하강이 머리카락 날리는 봄바람 같다. 마지막 4악장도 피아노 제시하는 주제를 바이올린이 받아 변주하고 반복한다. 중간에 새로운 주제들도 같은 방식으로 연주되어 봄 기운에 취한 춤사위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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