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맥박은 힘차게 뛴다
악장의 빠르기 표시를 보면 역동의 시간이 되리란 걸 짐작할 것이다. 작곡가들은 힘차게 뛰는 맥박으로 이 곡들을 썼다. 역동하는 움직임은 (필연적으로) 불안함을 수반한다. 프로코피예프의 경우, 우랄산맥 근처 시베리아로의 피난은 전란으로부터이기도,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억압으로부터이기도 했다. 익살스런 대화, 차분한 대화 속에 묘한 불안함이 있다. 탄탄한 구조와 격정적 선율을 지녔지만 베토벤 4번은 어두운 분위기를 전달한다. 힘차게 뛰는 맥박 속에서도 언젠가 잦아들 생명, 또는 불가항력의 힘에 대한 불안을 느꼈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이처럼 모차르트의 경쾌함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두운 명조의 물감이 덧입혀진다. 유한함을 인식하면 지금의 맥박은 더 소중한 법이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 바이올린 소나타 18번 G 장조, K.301
I. Allegro con spirito 빠르고 생생하게
II. Allegro 빠르게
1-2의 모차르트 소나타 21번에서 설명했던 '팔라틴 소나타'집의 첫 번째 곡이다. 바이올린과 건반을 위한 이전의 곡들과 달리 두 악기가 균형을 잡고 역할을 수행한다. 1악장은 건반의 뒷받침 속에 바이올린이 주제를 먼저 노래하고 건반과의 부드럽고 편안한 대화가 이루어진다. 2악장은 화려한 피아노로 시작해 중간부 이후에서는 바이올린이 악상을 주도하고 활기찬 기운 속에 곡이 마무리된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 바이올린 소나타 4번 A 단조, Op.23
I. Presto 매우 빠르게
II. Andante scherzoso, piu allegretto (A 장조) 스케르초 리듬을 천천히 걷는 빠르기로, 좀 더 경쾌한 빠르기로
III. Allegro molto 대단히 빠르게
1-2의 베토벤 소나타 5번과 대조를 이룬다. 5번이 양이라면 4번은 음이다. 어두운 분위기와 격정적 선율이 특징이다. 당대의 평론가들은 4번과 5번 소나타를 가리켜 "베토벤 최고의 작품"이라며 호평했다. 5번이 워낙 유명세를 타는 바람에 그늘에 가리어 있지만 독창성과 대담한 정신이 담긴 걸작이다.
1악장은 전체적으로 단조를 유지한다. 엄숙하고 격렬한 주제가 타란텔라 리듬에 실려 움직이며 그 힘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재현부는 간단하게 마무리된다. 2악장은 극적이고 격렬한 리듬이 특징인 스케르초를 느린 빠르기에 조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뿐사뿐 걷다가는 섬세한 변주가 이어지고 두 번째 주제가 피아노에서 시작해 바이올린의 푸가로 이어진다. 듣기에는 편해도 미묘하고 복잡한 전개이다. 3악장은 A장조의 2악장과 대조되는 A단조를 몇 번의 재현부에서 유지한다. 장조를 사용한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편안한 대화 끝에 불안정하고 우울한 기본 주제로 되돌아가 끝난다.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1891-1953): 바이올린 소나타 2번 D 장조, Op.94
I. Moderato 보통 빠르기로
II. Presto - Poco piu mosso del - Tempo I 매우 빠르게 - 이전보다 약간 더 활발하게 - 처음 빠르기로
III. Andante 느리게
IV. Allegro con brio - Poco meno mosso - Tempo I - Poco meno mosso - Allegro con brio 빠르고 싱싱하게 - 이전보다 약간 더 느리게 - 처음 빠르기로 - 이전보다 약간 더 느리게 - 빠르고 싱싱하게
2차 대전을 피해 다른 소련 예술가들과 함께 우랄산맥으로 피신한 프로코피예프는 1942년 플루트 소나타 Op.94를 완성했다. 이 곡을 좋아했던 그는 당시 절친한 친구였던 다비드 오이스트라흐(1908-1974)를 위해 이듬해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로 편곡했다. 이것이 바이올린 소나타 2번 D장조이다. 그의 다른 작품과 달리 고전적 성향을 지니며 우아함과 기품이 넘친다.
1악장은 모차르트를 연상케 하는 경쾌함이 있다. 러시아 민요풍의 주제들이 전개된 후 도입부를 반복하며 끝난다. 생생한 피아노가 서주를 담당하는 2악장은 바이올린이 주요 주제를 제시하고 두 악기가 공을 주고받는 것처럼 대화를 잇는다. 자장가 같은 새 선율을 바이올린이 들려주면 저음의 피아노가 이어받고 우수에 찬 바이올린 선율로 나아가다가 익살스런 대화로 바뀐다. 차분한 피아노로 시작하는 3악장은 같은 선율을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차례로 아늑하게 엮어내고 꿈꾸는 듯한 분위기로 마무리하는 서정적인 악장이다. 4악장은 리듬감 넘치는 피아노의 화음 위에 열정적인 바이올린 연주가 첫 주제를 들려준다. 반복에 이어 부주제와 제2주제가 나타나고 애수에 넘친 주제가 다시 연주된 후 재현부로 옮겨가며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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