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대조 I: 복잡계의 경우


 

1-7 대조 I: 복잡계의 경우

오늘부터 세 번의 공연은 대조를 주제로 한다. 대조라 쓰면서 비교를 포함한다. 호랑이와 사자는 같은 고양잇과 동물로서 육식동물이다, 라고 말한다면 비교이고, 호랑이는 단독 생활을 하고 사자는 무리 지어 생활한다, 라고 하면 대조이다. 어느 사물을 선명하게 인식하는데 대조는 매우 좋은 방법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아티스트의 권유는 이러하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음악이란 공통점을 가진 곡들이 서로 어떻게 다른 지 돋보기 한번 들이대 봅시다. 바흐-베토벤-브람스로 이어지는 오늘의 레퍼토리를 조성으로 따지면, B단조 - E플랫 장조 - G장조이다. 이 조성을 느낌으로 표현한다면, 조용하고 끈덕진 슬픔 속에서 희망을 바라보는 느낌 - 화사하고 밝은 전원  속의 행복 - 복잡다단하여 불편한 우울함 이라 하겠다. 오늘의 레퍼토리가 '복잡계'로 묶인 것은 밝음 속의 어두움, 슬픔 속의 정화, 느림을 요구하는 빠름(또는 그 반대)처럼 한 마디로 정할 수 없는 다층적 심적 상황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말로 다할 수 없는 곳, 그 너머에 음악이 있다고 했다. 말을 폐하고 음악을 듣자. 서로 어떻게 다른지 살짝 신경 쓰면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1685-1750): 바이올린과 하프시코드를 위한 소나타 1번 B 단조, BWV 1014
I. Adagio 천천히
II. Allegro 빠르게
III. Andante 걸음걸이 빠르기로
IV. Allegro 빠르게

바흐 바이올린 소나타 음반을 사서 가장 먼저 듣게 되는 곡이다. 1악장 아다지오의 장중한 분위기 덕에 흡인력이 강하다. 바이올린이 온음표와 2분 음표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에서 하염없는 슬픔이 느껴지기도 한다. 2악장은 대조적으로 경쾌하며 빠른 푸가이고 3악장은 장조를 쓰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유연하며 차분한 것이 1악장과 비슷하다. 마지막 4악장은 다시 단조로 돌아와 공격적인 빠른 템포로 진행된다. 단조가 빠르면 얼마나 슬픈지 겪어 본 사람은 안다. 어둡고 비통한 가운데 희망의 끈을 내려놓지 않는 의지 - 바흐 소나타 1번은 은근히 복잡하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 바이올린 소나타 3번 E플랫 장조, Op.12-3
I. Allegro con spirito 빠르고 활발하게
II. Adagio con molta espressione (C 장조) 매우 풍부한 표정을 담아 느리게
III. Rondo: Allegro molto 론도: 매우 빠르게

초기의 세 개 소나타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웅장하다. 동시에 모차르트스러움이 사라진, 베토벤의 개성이 드러나는 곡이다. 대담하고 활기찬 1악장은 주인공이 따로 없는 두 악기 간의 역동적인 대화이다. 독주악기로서의 바이올린의 위상은 2악장에서 제대로 발휘된다. 3악장은 박력이 넘친다. 두 악기가 대위적으로 움직이면서 화려한 패시지로 주고받는 대화가 듣는 이를 즐겁게 한다. 변화하는 리듬 속에 견고한 기쁨을 느끼게 된다.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 바이올린 소나타 1번 G 장조, Op.78
I. Vivace ma non troppo 아주 빠르게, 하지만 지나치지 않게
II. Adagio 느리게
III. Allegro molto moderato 비교적 빠르게

밝은 듯 하면서 어둡고, 어두운 듯 하면서 밝은 브람스 1번은 마음을 복잡하게 한다. 6/4박자의 1악장은 4분 음표를 3+3과 2+2+2로 분할한 리듬이 두 악기에 의해 함께 전개되며 악센트의 위치가 바뀌는 통에 절름거리는 느낌의 리듬이 만들어진다. 어둡고 진지한 아다지오 2악장은 리듬의 전개가 모호하다.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느림이 아니다. 깊은 사색 또는 번민의 느낌이 강하다. 서정적인 '비의 노래'의 선율이 흐르는 3악장은 종종대는 빠르기의 걸음을 연속되는 부점 리듬이 멈칫거리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어느 한 가지로 채색되지 않는, 우울하고 복잡한 파스텔 색채가 여러 겹 덧칠된 것이 이 소나타가 만들어내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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